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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외수. 놀(夕陽).독작.

by 창 포 2007. 11. 3.
 
 
놀(夕陽) / 이외수

이 세상에 저물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누군가 그림자 지는 풍경 속에
배 한 척을 띄우고
복받치는 울음 삼키며
뼛가루를 뿌리고 있다

살아있는 날들은
무엇을 증오하고 무엇을 사랑하랴
나도 언젠가는 서산머리 불타는 놀 속에
영혼을 눕히리니

가슴에 못다한 말들이 남아있어
더러는 저녁강에 잘디잔 물비늘로
되살아나서
안타까이 그대 이름 불러도
알지 못하리

걸음마다 이별이 기다리고
이별 끝에 저 하늘도 놀이 지나니
이 세상에 저물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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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작 - 이외수

 

애인도 하나 없는 세상
겨울까지 깊어서
거리는
폐항처럼 문을 닫았네


남의 아픔까지 내 아픔으로
울던 시대는
끝났네


허망한 낱말들 펄럭거리며
바다로 가는 포장마차
밀감빛 등불에
한잔술에
늑골이 젖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암송하던 시들도 이제는
죽었네


과거로 돌아가는 통로는
폐쇄되고
아침마다 조간신문에 싸여
목이 잘리운 시체로
배달되는 사랑


믿을 수가 없어서
오늘도 나는
독약인 줄 알면서도
홀로 술을 마셨네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 이외수    
인간은 누구나 소유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대상을 완전무결한 
자기 소유로 삼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요 
아예 그것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내 꺼는 없어, 라는 
말을 대부분이 진리처럼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오늘 제가 어떤 대상이든지 
영원한 내 꺼로 만드는 
비결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그 대상이 그대가 존재하는 현실 
속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순간 그 대상은 
영원한 내 꺼로 등재됩니다 
비록 그것이 언젠가는 사라져버린다 
하더라도 이미 그것은 그대의 
영혼 속에 함유되어 있습니다 
다시 새로운 한 날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많은 것들을 소유하는 삶보다 
많은 것들에 함유되는 
삶이 되시기를 빌겠습니다 
 


눈물겹게 사랑하는 마음 - 이외수


별이며 새며 꽃과 나비에도
모두 사람의 마음이 실려 있고
집과 길과 전신주와 쓰레기통 속에도
누군가의 마음이 실려 있다 

길섶에서 자라는 보잘 것 없는 풀꽃 하나라도
부디 눈물겹게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자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우리가
길섶에서 자라는
보잘 것 없는 풀꽃이 되어야 한다

외롭고 슬픈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자

온실에서 자란 꽃은 섬약하다

비록 그것이 순간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세상에 내놓았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갈 것인지는 확실히 보장할 수가 없다. 

사랑... 낭만이라는 강변에 피어난 꽃이여!
인간을 사랑하라. 그리고 낭만도 사랑하라
낭만이 없는 사람은 사랑도 할 수 없다.
메마른 모래 사막에서는
한 포기의 풀잎도 자랄 수 없듯이......

이외수가 전해주는 마음의 열쇠 "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