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거리를 장만하려고 전당포에 잡힐 모본단 저고리를 찾는 아내를 생각하니 마음이 처량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한성 은행에 다니는 T가 찾아와 처에게 줄 양산을 샀노라고 자랑한다.
그것을 본 아내는 매우 부러워하는 눈치였고 아내의 모습에 '나'는 불쾌한 생각이 든다.
'나'는 6년 전 결혼하여 중국과 일본에서 공부를 하였으나 변변치 못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 사이 곱던 아내의 얼굴에는 주름이 나타나고 세간과 옷가지는 전당포에 잡혀 있었다.
보수 없는 독서와 가치 없는 창작밖에 모르는 '나'의 생활이었다.
처가에서 장인의 생일이라고 할멈이 데리러 왔다. 그런데 막상 입고 갈 옷이 없다.
비단옷 대신 당목옷을 입고 나서는 아내를 보고 '나'의 마음은 쓸쓸했다.
장인 집에 모인 처형과 아내의 모습을 보니 너무 대조적이었다.
부유한 모습의 처형과 초라한 아내.
처형은 인천에서 기미(期米 : 쌀 투기)를 하여 돈을 잘 버는 남편을 만나 비단옷을 입고 부유하게 보였다.
모두가 나를 얕잡아 보는 것 같았다. 쓸쓸하고 괴로운 생각을 잊으려 술을 마셨다.
그때 처형의 눈 위에 시퍼런 멍이 든 게 보였다. 그날 '나'는 술을 여러 잔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처형의 멍든 눈자위 이야기를 하며, 없더라도 의좋게 지내는 것이 행복이란 아내의 말에 '나'는 흡족해 한다.
처형이 사다 준 신을 신어 보며 좋아하는 아내,
물질에 대한 욕구를 참고 사는 아내에게 '나'는 진정으로 고마움과 사랑을 표시한다.
이에, 아내의 눈과 '나'의 눈에 눈물이 넘쳐흐른다.
현진건님의 빈처(貧妻) 중에서....